휴대폰 없으면 집 번호도 가물가물
간단한 암기도 기피

“휴대폰 잃어버리니 집 번호도 잘 생각 안나요”

최근 학교에서 휴대폰을 분실한 강진구(27·대학생)씨는 아직 남아 있는 휴대폰 약정계약금보다 친구들과 대학 선·후배들의 휴대폰 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아쉬워 하고 있다.

잃어버린 지인들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 강씨는 메신저를 이용해 일일이 사람들에게 번호를 물어보는 아날로그(?) 작업을 며칠째 반복하고 있다.

윤민영(22·여·대학생)씨는 휴대폰 없이는 아예 간단한 계산조차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다. 윤씨는 “휴대폰 계산기 기능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암산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휴대폰이 없으면 계산에 굉장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컴퓨터, PDA, 스마트폰 등 첨단 IT기기들이 대중화되면서 간단한 전화번호나 계산조차 기계에 의존하는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씨처럼 집 전화번호도 휴대폰 단축 키를 눌러 연결하는 젊은이들은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화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일종의 ‘사회적 고립’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 처음엔 단순 번호건망증으로 시작해 간단한 암기마저 기피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원대병원 정신과 주진형 전문의는 “기계에 의존하면서 전화번호를 못 외우는 것 자체를 치매라고 볼 수는 없지만, 디지털기기 의존이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평소 메모나 운동을 통해 기억능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